드라마 눈길 - 잊지 못 할 가슴 아픈 이야기

 2015년은 우리나라가 광복한지 70년이 되는 해였다. KBS에서는 광복 70주년 드라마 눈길을 제작했다. 2부작의 단막극인 '눈길'은 우리가 광복하기 전 일제 강점기 말의 두 소녀의 가슴 아픈 이야기와 가슴 아픈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사과와, 소녀상 철거에 대해 뜨거운 요즘, 이 작품이 그들에게, 위안부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소녀 종분(김향기)은 일제의 수탈 속에서 가난이 너무나 싫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웃기만 하는 여지없는 열 다섯살의 소녀였지만, 남동생 종길이만을 위하는 어머니나 그런 동생을 챙겨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싫었다. 그런 종분에게 학교도 가고 예쁜 신발도 신는 영애(김새론)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평탄한 삶을 살았던 영애는 그런 종분이 자신의 오빠 영주(서영주)를 바라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각자 생각하는것도 사는것도 달랐던 두 소녀는 일본군 막사로 끌려가게 된다. 어리디 어린 그 소녀들이 그곳으로 간 이유는 위안부 아니, 성노예때문이었다.

 

 

 

 

가족들에게 자신들의 소식도 알리지 못한채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끌려온 소녀들은 억지로 버티고 버텼다. 죽음의 기회조차 스스로 선택할 수 없고 고통을 받아야만 했던 그 소녀들을 누가 위로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종분은 악착같이 살아남아 고향에 도착했다. 영애와, 그곳에서 함께 버틴 아이들과 함께. 하지만 돌아온 그곳에 자신이 그토록 보고 싶었던 가족은 자신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래도 종분은 살아갔다. 가족도 자식도 없는 그녀였지만, 자꾸 그때 일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오지만, 스스로 없던 일이라 생각하며 남의 일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누가 흉을 보지는 않을까 그것이 두려워서. 그 일만 생각하면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가슴 아픈 상처를 지닌 종분이지만 그녀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집도 가족도 없이 방황하는 소녀 은수(조수향)에게 종분은 그런 희망을 주고 있었다. 가정교육을 못 받아 몸팔고 그런다는 남자를 힘껏 패주는 그런 종분의 모습처럼. 그저 보다듬어줄 사람이 없어 그랬다는 듯이, 가슴 아픈 상처 따뜻이 감싸주는 사람이 없어 그랬다는 듯이. 종분은 은수를 보면서 어떻게든 살아가고자 했던 예전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중분에게 은수는 당당하게 말한다. 할머니가 잘못했던것 없다고. 그냥 그 놈들이 나쁜놈들이라고.

 

 

 

-눈길-

 

1944년 일제 강점기 말,
비극적인 운명 속에 피어나는
두 소녀의 우정과,
상처를 지닌 채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이들의 이야기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 뉴스에서도 간간히 나오는 이야기이라 식상하다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린 그 소녀들이 몇 십년전 누군가의 언니, 누나들이었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었을까. 어제 KBS 연기대상에서 상을 받으며 말한 김영옥의 말이었다. 누군가의 가족이었던 그 어린 소녀들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 고통은 몇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 하고 있다. 2015년 3월 1일,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238분의 할머니들 중 53분만이 살아계신다고 한다. 그분들은 돈같은 보상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그들을 잊지 않는것을 바랄 뿐이다.

 

상처를 받은 사람들도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드라마 눈길에서 은수를 감싸주는 종분처럼, 우리의 할머니들도 같은 처지의 가슴아픈 사람들을 감싸고 있다. 베트남 전쟁때 한국군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아야 했던 베트남 여성들. 그 베트남 위안부 여성들과의 공감은 앞으로의 희망을 보여준다.

 

이 짧은 단막극을 지금에서야 보게 된 것이 아쉽다. 어제 연기대상을 보면서 김향기와 김영옥이 상을 받으면서 작품에 대해 찾아보았다. 마냥 어린줄만 알았던 김향기가 어느새 많이 큰 것에 놀랐고, 작품을 보면서 김새론과 함께 연기를 너무나 잘 해준 것이 인상깊었다. 김향기는 우아한 거짓말에서도 짧았지만 눈길이 가는 연기였는데, 앞으로가 너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