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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한공주 (Han Gong-ju)

감독 : 이수진

출연 : 천우희, 정인선, 김소영, 이영란

정보 : 드라마│한국│112분│2014-04-17

글쓴이 평점 : ★★★★ (10점)

 

 

당시 개봉했을 때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본 후 너무나 먹먹한 기분이 들고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감정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그 후로 나의 인생영화란 무엇이냐는 물음에 항상 영화 한공주를 꼽곤 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영화를 한번 보라고 추천하곤 했다. 그리고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러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원래 한번 본 작품들을 다시 보는 편은 아니다. 쉽게 질리는것을 느끼곤 하는 성격때문인데, 이번에 다시 보면서 전에는 보지 못했던 장면들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 한공주라는 아이의 행동을 더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영화 한공주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들은 피해자들이 겪는 피해들과 고통들을 보며 너무나 분노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기 싫다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이 영화도 생각하기도 싫은 그 이야기들때문에 너무 화가 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공주(천우희)가 받았던 그 끔찍한 이야기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동시에 공주가 다시금 세상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그 몸짓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공주는 전학을 가야만 했다. 자신이 피해자인데 왜 도망을 가야하는지 모르겠다는 공주의 말이 너무나 슬프게도 들렸지만 그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시선때문일 것이다. 그곳에서라도 공주는 다시금 힘을 내보려고 했다. 스테이플러 소리가 너무 싫었고, 누군가 자신을 사진 찍는것이 싫었다. 그것은 원래 공주의 성격이 아니고 그 일이 있은 후 생긴 트라우마이다. 아픈 상처들로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살아보려 노력했다. 자신이 모른체 해서 죽어만 갔던 화옥(김소영)의 몫까지 살려는 듯이 냉담한 현실 속에서 죽지 않기 위해 열심히 헤엄치고 헤엄쳤다.

 

소녀의 노력을 아무도 모른다. 그저 사람들은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자신들만의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그들은 왜 공주가 그런 행동을 했었고 어떤 아픔이 있었는지 몰랐을 것이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왜 피해자가 가해자와 같이 경찰서에서 공포심을 느끼며 취조를 받아야만 할까. 사고 친 것은 아니냐. 사진 좀 찍으면 어떠냐. 사소한 그 한마디 한마디가 상처가 된다는 것을 모를까. 어쩌면 나도 살아가면서 그들처럼 사소한 행동들로 상처를 줬을지 모르겠다.

 

 

 

 

자신의 아들들만이 귀한 자식인줄 아는 가해자의 부모들은 공주를 벼랑끝으로 몰았다. 그 순간 공주가 한 생각은 무엇이였을까. 자신의 부모조차 자신을 생각해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을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왜 피해자인데 도망을 가야만 하냐고. 대답없는 물음만이 소리를 가득채울 뿐이다. 세상 속에서 그래도 살아가고자 했던 공주는 결국 물 속으로 숨어버렸다. 헤엄치는 방법을 그렇게 배웠는데도 물 속에 숨어 불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왜 피해자가 도망을 가야만 하는 세상일까. 영화는 이런 물음을 관객들에게 던지면서 조용히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잔잔하면서도 강하게 말하는 이 영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단순히 고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이겨내려는 노력 속에서도 그 노력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잘 보여준다. 그리고 노력을 짓밟는것은 단순히 그 가해자들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 모두가 될 수 있다.

 

정말 자신의 이야기처럼 연기 아닌 연기를 보여줬던 천우희는 다시 보아도 놀랍다. 아직 많은 경력이 없는 그녀이지만 그녀는 이 영화로 그해 여우주연상까지 받았다. 그리고 그 수상에 이견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앞으로도 천우희를 보면 한공주의 이야기가 계속 떠오를 것만 같다. 그리고 그때마다 생각할 것 같다. 지금도 가해자들은 보란 듯이 잘 사는데 니가 왜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냐고. 아직도 물 속에서 나오지 못 하는 공주를 생각하며, 응원의 힘을 보낸다.

 

 

사진 출처 - 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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